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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

천호 2008. 9. 23. 14:41
    
   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
   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
    이 가을이 떠나버리기 전에
   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
   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
   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
   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
    그리움으로
   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
    훌훌 벗어던지고
    투명한 하늘빛 아래      
    넋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
   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
    몸부림치도록 고통스럽던 마음을
    하나도 남김없이
   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
    늘 비질하듯
    쓸려나가는 시간 속에
    피곤도 한구석으로 몰아넣고
   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
    머무르고 싶은 곳   
   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
   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
   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
    곱게 물든 낙엽들이
   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
   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
    - 용 혜 원 -
    
    
    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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